Monthly Archives: 5월 2014

아래 글은 사내에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


우연히 시작한 동구밭 활동이 올해로 3년차에 접어 들었다. 2년전 동구밭 모임이 처음 결성될때부터 이런 날이 언제가는 올것 같은 느낌이 사실 있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고 논과 들을 뛰놀던 나였다. 하지만 단언코 난 개발자다. 귀농에 관심은 있지만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다고 늘 이야기하던 나였다. 나는 그저 개발이 좋고 복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시골에서 코딩을 하고 싶다고 늘 얘기해왔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지난 4월 처음으로 맥북을 내려놓고 곡괭이와 쇠스랑을 들고 밭을 맸다. 누군가 그랬지. 개발자의 끝은 통닭집 사장이라고 하지만 난 왜인지 농사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단순한 농부가 아니다. 그렇다 난 꾼이다!

올해 동구밭 모임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만든 동구밭 앱을 우리가 직접 써봐야 하지 않겠냐는 논의가 있었다. 당연히 앱을 검증하려면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것만한 것이 있겠는가? 주말농장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작년부터 소소하게 집안에서 화분에 채소들을 키워봤는데 사실 그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내가 하진 않았고 엄마가 했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올해는 본격적인 텃밭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꽃피는 봄이오고 땅이 녹기를 기다려 지난 4월 텃밭 개장식을 했다. 나도 우리 멤버들과 함께 밭에 씨를 뿌려보았다. 상추와 당근 또 뭘 심었더라? 벌써 기억이 가물 거린다.

잎채소들은 그냥 뿌려두면 잘 자라지만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솎아줘야 한다. 솎아낸 봄나물들은 후에 새싹비빔밥을 해먹으면 음~~ 생각만해도 싱그럽다. 얼마의 간격으로 어떻게 솎아줘야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동구밭 앱을 앱스토어에서 검색해보시길~ 물론 아이폰만 있다. (난 안드로이드가 싫어요!!)

그런데 씨를 뿌리다보니 왠지 차려놓은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얻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밭을 갈아보기로 했다. 보이는가? 아래 사진에서 잡초들이 무성한 저 황무지를 내손으로 직접 개간(?)했다.

뻥을 아주 쪼금 보태서 처음 잡아본 곡괭이는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만져본 키보드와 같은 느낌이랄까? 왠지 배우지도 않았는데 익숙한 이 느낌은 뭐지? 타고 난건가? 왠걸 내려찍는 이 느낌은 또 뭔가? 타고 난건가? 그렇게 익숙할수가 없다. 옆에서 지켜보던 호진님도 처음 밭을 메본 사람 같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잠깐 곡괭이와 쇠스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농기구를 한번 알아보자. 참고로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허락없이 퍼왔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매우 낯익은 4번 삽이 먼저 눈에 띈다. 1번과 2번은 호미고, 3번은 한글을 깨우친 사람은 모두 아는 낫이다. 그럼 남은 녀석은 5번과 6번, 무엇이 곡괭이고 무엇이 쇠스랑일까? 내가 밭을 갈아 엎는데 사용했던 도구는 6번 곡괭이었다. 5번은 밭을 평평하게 골라주는 쇠스랑이다.

그럼 다시 밭메기로 돌아가서 폼이 매우 어설퍼보이지만 사실 난 매우 그럴듯한 폼을 유지하면 누가봐도 “어이쿠! 저사람 진짜 농사꾼이구나!” 하는 폼으로 괭이질을 했다. 다만 사진이 저렇게 나왔을 뿐이다. 괭이질의 핵심은 밭을 깊게 갈아 엎는 것도 있지만 자라난 잡초들과 군데 군데 돌들도 골라줘야한다. 물론 밭을 완전히 뒤엎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적당히 골라서 적당히 심어도 다 잘자란단다. 참고로 귀농운동본부에서 내어준 땅은 비닐이나 일체 화학비료를 쓸수없는, 썼다가는 혼꾸녕이 나는 친환경 농법만을 고집하는 땅이라 한다.

사실 요즘 주말농장을 하는 곳을 가보면 아래 사진 처럼 죄다 검은 비닐로 땅을 덮는다. 그리고 화학비료도 듬뿍듬뿍 주는 곳도 많다. 검은 비닐을 덮으면 잡초가 훨씬 덜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비닐따위는 씌우지 않았다. 잡초야 느그들도 먹고 살아야하지. 그래 같이 커라. 다만 내눈에 걸리지만 말고!

귀농운동본부에선 친환경 전통 농법을 고집한다. 비닐이 없던 조선시대에도 농업은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었다. 당시에 화학비료 또한 있을리 만무하다. 땅을 덮은 비닐들은 언젠가는 걷어내야하고 결국 소각해야하는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수확량이 조금 적으면 어떤가? 벌레가 좀 먹으면 어떤가? 환경과 더울어 주는 만큼 먹는 것도 참 중요하다!

밭갈다말고 자꾸 자꾸 딴길로 새는데 아마 배가 고파서 일거다. 그래서 밭 갈다말고 밥을 먹었다. 흔히들 새참이라고 하는 끼니 떼우는 시간! 물론 새참 시간엔 막걸리가 빠져서는 안되는데 막걸리는 없었다. 대신 수제 햄버거와 와인으로 대신했다.

햄버거 패티는 내가 직접 만들어왔다. 요즘 요리가 취미라 종종 만들어 먹는데, 늘 양조절에 실패하고 있다. 이번 패티도 3주전에 햄버거에 꽂혀서 만들어보려다가 양조절에 실패해서 20인분을 만들었었다. 아하하하.. 다행이 이번에 만들어둔 재고를 모두 소진!! 완성된 햄버거의 비쥬얼은 아래와 같다.

새참을 먹고 난 다시 밭을 갈았다. 밭을 갈며 “우크라이나에선 김태희가 밭을 멘다던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쇠스랑으로 밭을 평평하게 작업도 다했다. 내심 뿌듯해하던 나를 보며 호진님이 한마디 하신다. “이런걸 가지고 군대에서 두번 삽질한다고 얘기하죠?” 라며 비료와 거름을 다 갈아놓은 땅에 엎는게 아닌가? 아하하하하하

결국 나는 다시 밭을 멨다. 뭐 초보 농꾼들이 다 그렇지모. 그래도 하나하나 배워가며 나는 점점 프로그래머에서 농부로 변신중이다. 개발자 생활 7년, 앞으로 또 몇년을 더 개발자 명함을 들고 다닐지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나는 농꾼 1년차다.

보이는가? 어느새 깔끔하게 각진 텃밭이 만들어졌다!. 맨처음 사진과 한번 비교해보시라! 뭔가 정돈 되지 않았던 스파게티 코드가 깔끔하게 리팩토링 된 느낌이다. 내가 처음 일궈낸 텃밭! 무에서 유를 창조해줄 이 땅에서 나는 토마토를 키워 볼 생각이다.

이상 불꽃남자의 텃밭이야기 끝!..그리고 올 한해 농사는 계속됩니다. 토마토 잘 키워서 수확하면 나눠드릴께요. 단 잘 키워낸다는 전제하에. 🙂